(시애틀 시절의 로빈슨 카노 | 사진=코아스포츠 DB)
금지약물 복용으로 화려했던 메이저리그 커리어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긴 2루수 로빈슨 카노(42)가 불혹을 넘긴 나이에 현역생활을 이어 가기로 했다.
미국온라인 매체 '트레이드루머스'는 2일(한국시간) "카노가 현역 은퇴를 선택하는 대신 멕시코 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 가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카노는 멕시코 리그 디아블로스 로하스와 계약한다"고 덧붙였다.
도미니칸 공화국 출신인 카노는 지난 2005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 22세였다. 카노는 데뷔 첫 해에 총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 14홈런 62타점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778로 좋았다.
이후 카노는 2020년까지 무려 16시즌 연속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릴 만큼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시즌 100타점 이상도 4번이나 기록했을 만큼 찬스에 강한 타자였다.
수상기록도 화려하다. 카노는 올스타에 8번이나 선정된 것은 물론 최고의 타자에게 주는 실버슬러거 상도 5번이나 수상했다.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도 두 차례나 품에 안았다. 모든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염원인 월드시리즈 우승도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나 경험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로 출전한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한 것은 물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이때만 해도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리그 최고의 2루수였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FA 자격을 취득한 카노는 2013년 12월 시애틀과 10년 2억 4000만 달러(약 3206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당시 원소속팀 뉴욕 양키스도 7년 1억 7500만 달러(약 2338억원)의 오퍼를 제시했지만 카노를 붙잡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2018년 5월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적발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80경기 출장정지처분을 받았다. 이 일로 시애틀과 카노 영입경쟁에서 밀렸던 뉴욕 양키스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다.
카노는 2019년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 되며 심기일전을 노렸지만 2020시즌이 끝난 뒤에 또 한 번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적발됐다. 때문에 162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은 그는 2021시즌을 야인으로 보내야만 했다.
2022년 카노는 필드로 복귀했지만 더 이상 과거의 화려했던 그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해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 애틀랜타까지 세 팀을 전전한 그는 총 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150, 1홈런 4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에서 더 이상 뛰지 못하고 있는 카노는 빅리그 17년 통산 타율 0.301, 335홈런 1306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OPS도 0.839나 된다.
약물복용만 없었다면 당연히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는 성적이지만 그는 이제 영원히 '금지약물 복용자'라는 오명을 안고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피닉스 미국 애리조나주 | 이상희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 willbeback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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