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 /사진=스포티비
최근 한국프로야구(KBO) 해설 도중 쏟아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오재원(38) 해설위원이 스스로 사퇴했다.
오재원은 26일 오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더 이상은 스포티비(SPOTV) 측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직접 계약 해지를 요청했고 결정이 됐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재원은 "이제 모든 비하인드를 다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온 것 같아, 저한테는 이제야 모든 것이 재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오재원은 이어 "조회수를 위해 없는 또는 지어낸 또는 만들어낸 모든 분께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드린다.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몇 년 혹은 몇 달 그리고 덩달아 악플을 보내신 분들도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그동안 부족한 야구 해설을 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며 글을 맺었다.
오재원은 최근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다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을 수차례 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4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렸던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당시 삼성과 SSG가 7-7로 팽팽히 맞선 7회말. 선두타자 최정이 삼성의 바뀐 투수 이승현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이후 삼성 불펜이 와르르 무너지며 7회말에만 6점을 내준 가운데 타자 일순, 다시 최정이 타석에 섰다. 삼성의 바뀐 투수는 양창섭.
초구 파울 이후 2구째와 3구째 공이 모두 몸쪽으로 향했다. 이어 4구째 양창섭의 속구(146km)가 재차 몸쪽으로 향했고, 최정의 유니폼을 스치고 말았다. 심판진은 몸의 맞는 볼을 인정했다. 최정은 잠시 투수 쪽을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1루로 걸어 나갔다. 다행히 더 큰 충돌 없이 이닝이 종료됐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당시 경기를 중계하던 오재원 해설위원은 사구 직후 "이건 대놓고 때린 것이다. 옷에 스친 게 다행이다. 저는 이런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면서 양창섭이 1루에 나간 최정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자 "지고 있는 상황에, 이건 사과할 필요도 없다. 던지자마자, (아니) 전부터 이상했다. 제가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대놓고 때린 것이다. 최정이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기 후 양창섭이 SNS를 통해 게시물을 남기고 오재원 역시 게시물을 등록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먼저 양창섭은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는 탈무드의 문구가 적힌 게시물을 올렸다. 최정에게 던진 몸에 맞는 볼을 고의로 던졌다고 단정한 오재원 해설위원을 염두에 둔 게시물로 보였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오재원이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 오재원은 '어리석은 사람은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본 것을 이야기한다'는 탈무드의 격언이 적힌 그림을 게재했다. 본 것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는 의미를 담은 듯했다.
오재원이 26일 개인 SNS를 통해 해설위원을 그만둔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오재원 SNS
오재원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향해 작심 발언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저는 코리안 특급을 너무 싫어한다. 이제 일반인이니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우리나라를 정말 빛냈고 '코리안 특급'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창시자다. 하지만 그전에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서 그분을 응원하고 그랬던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박찬호가) 한 번씩 해설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해설할 때는 당연히 말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아닌 걸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오재원은 또 "해설은 제삼자를 위해 하는 것이다. 해설할 때 청취자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해설할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저 수비 정말 아쉬웠다', '저 타격은 매우 아쉬웠다' 이런 말은 되게 하기 쉽다. 또 '내가 봤을 때...' 이런 식의 말들은 자기가 본 것일 뿐이다. 그런 무책임한 말들의 향연으로 인해 오해가 쌓이고 그게 이미지가 돼 버린다. 그런 게 정말 싫었다"며 현역 선수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는 창원 NC파크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앞두고 시구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시구를 한 마산중학교 야구부의 한 선수가 NC 다이노스의 지원을 받으며 NC 입단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고 캐스터가 말하자 오재원은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고 했다. 이에 캐스터가 "자라나는 새싹에 좀 더 따뜻한 말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자 "저는 두산이나, 서울, LG 쪽으로 올라갔으면 하는 말이"라고 답했다. 이후 오재원은 결국 NC 구단과 팬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다음날 마이크를 잡은 뒤 "자신의 멘트로 불편하셨을 분들과 NC 구단에 사과를 드린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불과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몸에 맞는 볼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오재원은 스스로 해설위원 마이크를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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