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 마크 벌리(오른쪽)가 지난 2005년 휴스턴과 월드시리즈 3차전 연장 14회말 세이브를 따낸 뒤 포수 크리스 위저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A.J.피어진스키의 주장에 따르면 이날 벌리는 만취한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 /AFPBBNews=뉴스1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기자]
'투수가 술에 잔뜩 취한 상태에서 세이브를 따냈다?'
동네 야구에서도 있을까 말까한 이런 상황이, 그것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실제로 벌어졌었다는 주장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19년 동안이나 뛰었던 올스타 출신 포수 A. J. 피어진스키(47·은퇴)는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파울 테리토리'에 출연해 과거 월드시리즈에서 술에 취해 투구를 했던 동료 선수를 언급했다.
피어진스키에 따르면 이 일은 2005년 10월 25일(현지시간) 휴스턴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휴스턴의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일어났다. 이날 경기는 연장 14회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화이트삭스는 14회초 2점을 뽑아 7-5로 앞섰으나 곧이은 14회말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이때 구원 등판한 투수는 마크 벌리(44·은퇴). 앞서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승패 없이 7이닝 4실점을 기록한 그는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공 3개 만에 애덤 에버렛을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세이브를 따냈다. 3연승을 달린 화이트삭스는 4차전마저 이겨 4전 전승으로 무려 88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2005년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한 마크 벌리(오른쪽)와 포수 A. J. 피어진스키의 모습. /AFPBBNews=뉴스1
이날 경기에 화이트삭스 선발 포수로 출장한 뒤 9회 교체된 피어진스키는 "그때 벌리는 술에 취해 마운드에 올랐다. 단순히 취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취했었다(He was full drunk)"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이어 "선발투수들은 등판하는 날은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불펜에서 대기하는 투수들의 경우는 다르다"며 "4시간이나 걸리는 긴 경기 시간 동안 불펜에 앉아 무엇을 하겠냐"고 당시 불펜 투수들의 경기 중 음주가 드문 일이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00년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벌리는 2015년 토론토 유니폼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빅리그 16년 통산 214승 160패의 성적을 남긴 전설적인 투수다. 올스타 투수로도 5회나 선정됐다. '음주 세이브'를 따낸 2005년에도 정규시즌에서 16승을 거두며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고, 2001년부터 은퇴 시즌까지 무려 1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마크 벌리가 2005년 월드시리즈 3차전 연장 14회말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에서 투수가 아닌 야수들은 대놓고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씹는 담배에 위스키를 섞어 씹으며 경기를 한 경우도 있다. 남미 출신으로 과거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한 선수는 경기 전 클럽하우스에서 유니폼을 챙겨 입은 후 가장 먼저, 그리고 정성스럽게 하는 일이 바로 씹는 담배에 꿀과 위스키를 섞는 것이었다.
당시 이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기자에게 그 선수는 웃으며 제조 과정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우선, 씹는 담배의 포장을 개봉한 뒤 그 안에 플라스틱 통에 담긴 꿀을 일정량 짜서 넣는다. 이어 주위를 살핀 뒤 남들의 시선이 없을 때 비행기 안에서 나눠주는 미니 위스키를 추가한다. 그리고 이를 스푼으로 잘 섞은 뒤 입 안에 털어 넣으면 그날 경기 출전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당시 그 선수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실제 '음주 경기'를 치른 셈이었다.
A. J. 피어진스키(왼쪽)가 마크 벌리의 '음주 투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오른쪽은 함께 출연한 보스턴-시카고 컵스 출신 200승 투수 존 레스터. /사진=파울 테리토리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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