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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금지약물검사 어떻게 할까...샤워도 할 수 없는 등 강력

MLB 이모저모

by Koa Sports 2022. 7. 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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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구단의 홈구장 체이스 필드 전경(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AFPBBNews=뉴스1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기자]

 

지난 주말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의 홈팀 애리조나 클럽하우스. 검정색 유니폼을 입고 커다란 가방을 멘 3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이들은 선수들 라커에 붙어 있는 이름표를 일일히 확인하며 메모한 뒤 투수 이안 케네디(38·애리조나)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이안. 오늘 검사 대상자입니다."

한 남자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자 이안은 마치 올 게 왔다는 표정으로 "옷만 갈아 입고 합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검정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은 약물검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의 공정한 경쟁과 안전을 위해 금지약물 복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에 입소할 때 의무적으로 한 차례 소변검사를 통한 약물검사를 받는다. 이후 시즌 중에는 무작위로 검사가 진행된다.

무작위이다 보니 시즌 내내 단 한 차례의 검사를 받지 않는 선수도 있는 반면 과거 KBO리그에서 뛰었던 에릭 테임즈(36)처럼 한 달에 두세 번씩이나 검사를 받았던 선수도 있다.

당시 테임즈는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만약 사람들이 내 실력을 약물에 의한 것으로 의심한다면 나는 매일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 나에게는 아직도 많은 양의 피와 소변이 남아 있다"며 자신을 향한 불신의 눈초리를 위트있는 유머로 웃어 넘겼다.

에릭 테임즈 | 사진=오클랜드 구단 홍보팀 제공

 

정해진 규정에 따라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시즌 중 누구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약물검사 요청을 받으면 응해야 한다. 하지만 테임즈의 경우처럼 단기간에 수차례 검사가 반복된다면 기분이 썩 좋을 수는 없다. 때문에 가끔은 선수들과 검사관 사이에 은근한 신경전도 벌어진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메이저리그 선수는 스타뉴스에 "관록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 중에는 일부러 소변을 참아 검사관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는 투수 한 명은 약물검사자로 지명된 뒤 무려 4시간 동안 소변을 참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나를 의심해 기분이 나쁘니 너희도 한 번 당해봐라'는 셈이다.

메이저리그는 특정용기에 선수들의 소변을 수거한 뒤 이를 실험실로 보내 금지약물복용 여부를 검사한다. 선수들이 타인의 소변을 담아오거나 소변에 이물질 등을 섞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약물검사 요청을 받은 선수는 반드시 검사관이 보는 앞에서 소변을 봐야 한다.

또한 약물검사 대상자로 지목된 선수는 소변을 수거하기 전까지 샤워도 할 수 없다. 이는 금지약물을 복용한 경우 샤워 행위를 통해 체내에 남아 있는 약물의 농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체이스필드에서 마주친 메이저리그 약물 검사관에게 '얼마나 자주 이곳에 오냐'는 묻자 그는 "비밀이다. 말해줄 수 없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직업의 특성상 자신들의 임무만 수행할뿐 선수 또는 구단 관계자들과 사적인 대화는 전혀 하지 않았다. 인간관계가 형성될 경우 약물검사에 사적인 감정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메이저리그 선수는 "약물검사관들은 소변을 수거해 가면서 '너희 팀 검사는 아마 다음 달이나 돼야 또 올 거야'라고 말하고 떠난 뒤 바로 다음날에 다시 와서 또 검사를 한 경우도 있다"며 "검사관들이 때론 마치 007 영화처럼 연막을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로빈슨 카노. /AFPBBNews=뉴스1

 

금지약물복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메이저리그는 처벌도 강화했다. 금지약물복용이 발각될 경우 첫 번째는 80경기 출전금지 처분을 받는다. 두 번째는 162경기 즉 한 시즌 내내 출전이 금지된다. 세 번째 발각시에는 리그에서 영구퇴출당한다. 출전금지 기간에는 연봉도 받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 선수 가운데 금지약물복용 적발사례로 영구퇴출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 있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투수 젠리 메히아(33)로 그는 2016년 뉴욕 메츠 시절 세 번째 금지약물복용 사례가 드러나 리그에서 영구퇴출 조치를 당했다.

유명 선수 중에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무려 8번이나 선정됐던 2루수 로빈슨 카노(40)가 약물 때문에 커리어를 망친 것이 대표적이이다. 그는 2018년 5월 금지약물 복용이 처음 드러나 8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해 12월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된 카노는 2020년 11월 또다시 금지약물복용이 적발돼 162경기 출전금지 징계를 받았다.

한 시즌을 통째로 쉬고 올 시즌 복귀했지만 과거와 같은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자 메츠는 지난 9일 카노를 방출했다.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은퇴 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던 선수였기에 그의 추락이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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