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아스포츠는 [MLB 추억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거나 아니면 은퇴한 선수들과 했던 과거의 인터뷰를 통해
시대의 흐름과 옛 추억 등을 곱씹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과거에 진행했던 인터뷰입니다.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필라델피아 1루수 라이언 하워드 | 사진=이상희 기자
‘영리한 선수일까 아니면 운이 좋았던 선수일까’ 필라델피아 1루수 라이언 하워드(36)를 향해 제기되는 질문이다.
2004년 9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하워드는 2005년 타율 0.288, 22홈런 63타점의 성적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수상했다. 뛰어난 신체조건(193cm / 113kg)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워드의 호쾌한 스윙은 그를 빅리그 차세대 ‘거포’로 평가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워드는 2006년 홈런을 무려 58개나 쏘아 올리더니 이후 ‘47-48-45-31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거포로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메이저리그 홈런왕을 2회 수상한 것은 물론 타점왕도 3회나 수상했다.
2006년에는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고, 2008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도 차지하며 자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워드에게 ‘최고의 거포’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당분간 그를 대적할 만한 ‘거포’는 없을 것 같았다.
하워드는 이 같은 호성적을 바탕으로 2010년 4월 필라델피아와 5년 총액 1억 2500만 달러(약 1493억)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하워드는 2011년에도 타율 0.253, 33홈런 116타점을 기록하며 비싼 몸 값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하워드는 2012년부터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 출장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 홈런 개수도 14개로 급락했다. 2013년에는 빅리그 데뷔 후 자신의 최저홈런(11개)을 기록하며 ‘먹튀’논란에 휩싸였다. 부상에서 자유로워진 지난해에는 총 153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0.223)과 홈런(23개) 등 성적만큼은 고액연봉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500만 달러(약 299억)의 연봉을 받는 하워드는 23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총 1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8, 19홈런 67타점을 기록 중이다. 적지 않은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과거 화려했던 ‘거포’의 모습은 더 이상 보기 힘들 전망이다. 초대형 계약 이후 추락한 하워드를 향해 ‘영리한 선수일까 아니면 운이 좋았던 선수일까’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하워드는 의연했다. 지난 13일 미국 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예전의 모습을 찾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과거 메이저리그 최고의 ‘거포’였던 하워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시즌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다. 날마다 열심히 운동하면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율이나 홈런 등 올 시즌 개인목표가 있다면?
“항상 전년보다 더 나은 기록을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기록보다는 부상을 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런 가운데 가능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은 게 목표다.”
-2011년 이후 홈런수가 급감했다. 원인이 있다면?
“부상의 영향이 컸다. 부상으로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부상이 재발할까 걱정돼 예전처럼 마음껏 내 스윙을 하지 못하면서 타격폼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예전의 모습을 찾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빅리그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비결이 있다면?
“비결을 꼽는다면 한 가지 일, 그러니까 빅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내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지 않고 계속 노력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런 과정과 노력은 내가 현역으로 뛰는 동안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시즌 중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무엇을 하나?
“그런 날은 일단 잔다.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홈에서 휴식일을 맞이했을 때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다. 아내는 물론 어린 딸,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중요하다. 그 외에 다른 일은 거의 안 한다. (웃으며) 쉬는 날만큼은 가급적 복잡한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맘 편히 쉬고 싶다.”
-당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가지만 꼽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 세가지’라. (웃으며) 어려운 질문이다. (잠시 생각하더니) 가족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으론 요즘 같은 세상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될 것 같다. (또 다시 생각하더니) 어렵다. 두 개밖에 생각을 못하겠다.”
-신시내티 2루수 브랜든 필립스는 세번째로 ‘미인’을 꼽았다.
“BP(브랜든 필립스) 그 친구라면 그랬을 것이다. 하하. 하지만 나는 이미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이미 충족되었다. 나에게 더 이상 미인은 필요 없다. 하하.”
-빅리그 경험이 많아서 행복했던 시간도 많을 것 같다.
“그렇다. 행복했던 시간이 정말 많았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했을 때다. 하지만 그 외에도 빅리그에서 뛰면서 만났던 동료들과 지금의 동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했던 모든 시간들 역시 행복하고 소중하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징크스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들을 해야 하는 루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비타민 등 영양제를 챙겨먹고 실내타격연습장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잠시 쉰 뒤에 운동장으로 이동해 팀 훈련을 치르고 경기 전까지 휴식을 취한다.”
-어떤 선수들은 성적이 좋았을 때 먹었던 음식을 반복해서 먹는다고 하던데.
“나 같은 경우는 아니다. (웃으며)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나도 성적이 좋았을 때 들었던 음악은 반복해서 듣는 징크스는 있다. 하지만 음식은 절대 아니다. 하하.”
-음식이야기가 나왔으니 묻겠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나는 명절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때 먹는 칠면조 요리와 햄 등 명절음식을 제일 좋아한다.”
-빅리그 투수 중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를 꼽는다면?
“선택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면 내가 빅리그에 처음 데뷔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수들의 보직도 세분화됐고, 선발은 물론 불펜투수와 마무리 투수까지 100마일에 근접한 속구를 던지는 이들이 많다. 변화구 종류도 다양해지고 꺾이는 각도도 예리해져서 갈수록 투수들을 상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타자의 컨디션마저 나쁘면 투수를 상대하기 더 힘들다.”
-타자의 컨디션이 좋다면 상대투수가 누구든지 잘 칠 수 있다는 뜻인가?
“물론이다. 투수가 타자를 아웃으로 잡을 수 있듯이 타자 또한 투수에게 안타를 칠 수 있다. 타자가 특히 컨디션이 좋을 때는 상대투수가 누구든지 그리고 어떤 공을 던지던지 상관없다.”
-당신처럼 빅리거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야구를 즐기면서 하는 것이다. 물론 빅리거가 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중간에 힘든 일도 많다. 뜻하지 않은 장애물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야구를 즐기면서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먼저, 성원해주는 한국 팬들에게 무척 고맙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그들 모두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들에게 나의 이런 진심이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
라이어 하워드와 치어리더 출신인 그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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