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에서 방출된 클린트 프레이저. | AFPBBNews=뉴스1
[피츠버그(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이상희 기자]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은 최고 엘리트들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의 자리다. 거액의 계약금은 물론 입단 후 구단의 특별 관리와 조기 빅리그 데뷔 등 '1라운드 출신'의 후광은 오랜 기간 이어진다.
그러나 모두가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기대만큼 대성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실망만 가득 안긴 채 쓸쓸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말 그대로 '성적은 지명 순이 아닌' 셈이다. 10년 전인 2013년 신인 1라운드 지명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미국 텍사스주 일간지 댈러스모닝뉴스는 지난 26일(한국시간) '텍사스가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 소속이었던 외야수 클린트 프레이저(29)를 상호 합의 하에 방출한다'고 보도했다. 프레이저는 방출 전까지 올 시즌 트리플 A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0,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0.792였다.
매체에 따르면 프레이저와 그의 에이전트는 텍사스 구단 내에서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판단해 방출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다른 구단을 노크할 계획이다.
프레이저는 2013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5번)에서 클리블랜드에 지명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같은 해 지명된 팀 앤더슨(30·시카고 화이트삭스)이 전체 17번, 그리고 애런 저지(31·뉴욕 양키스)가 32번이었을 만큼 프레이저가 받은 기대는 엄청났다.
하지만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들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렸다. 앤더슨과 저지가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한 반면 프레이저는 메이저리그는 커녕 마이너리그에서도 방출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컵스 등을 거친 프레이저는 빅리그 통산 24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8, 29홈런 98타점에 머물렀다.
디트로이트 외야수 오스틴 메도우즈. | AFPBBNews=뉴스1
프레이저와 같은 지역(조지아주) 출신으로 고교 시절 쌍벽을 이루며 역시 같은 해 1라운드(전체 9번)에서 지명된 오스틴 메도우즈(28·디트로이트)의 상황도 좋지 않다.
2018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메도우즈는 같은 해 탬파베이로 트레이드된 뒤 빅리그에서 꽃을 피웠다. 2019년 33홈런을 때리며 커리어 하이를 장식한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2020년은 4홈런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또다시 27홈런을 쏘아 올리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스타에도 뽑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로 이적한 그는 부상과 부진을 겪으며 그해 36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성적도 타율 0.250, 11타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저조했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 시즌을 앞두고 최선을 다했지만 메도우즈는 단 6경기를 뛴 후 부상으로 시즌 아웃될 위기에 놓여있다.
필라델피아 시절의 마크 어펠. | AFPBBNews=뉴스1
프레이저와 메도우즈보다 더 한 경우도 있다. 이들과 같은 해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휴스턴의 지명을 받은 투수 마크 어펠(32)이 그렇다. 당시 그가 받은 계약금은 무려 635만 달러(약 84억 9630만원)였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휴스턴은 어펠이 예상과 다른 더딘 성장세를 보이자 2016년 그를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했다. 팀을 옮겼지만 나아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2022년이 돼서야 겨우 빅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지만 6경기에서 중간계투로 등판해 10⅓이닝 투구에 평균자책점 1.74의 성적을 남긴 채 시즌 뒤 방출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 복귀에 도전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평균자책점 11.12의 부진을 겪은 뒤 지난 3월 중순 다시 방출됐다. 이후 지금까지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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