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시절의 C. J. 크론 | 사진=콜로라도 구단 홍보팀 제공)
2021년 한국프로야구 SSG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31)의 친형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강타자 C. J. 크론(34)이 스프링캠프 종료를 며칠 앞둔 시점에 소속팀 보스턴에서 방출됐다.
미국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27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스턴이 마이너 계약을 하고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합류한 크론을 방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크론은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빅리그에서 10시즌을 뛴 베테랑이다. 통산 성적도 총 104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0, 187홈런 604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791로 준수하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등 부상으로 71경기 출전에 그쳤고, 성적도 타율 0.248, 12홈런 37타점으로 주춤했다. 크론은 건강하면 한 시즌 20+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콜로라도 소속이었던 2021년(28개)과 2022년(29개)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지난해 메이저리그 중계권 사의 파산으로 인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위축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예년 같았으면 무난히 1~2년의 단기계약은 맺을 수 있었지만 원했던 메이저리그 계약은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이달 초가 되서야 보스턴과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대장이 포함된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크론은 스프링캠프에 늦게 합류한 탓에 몸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 성적도 단 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0, 1타점이 전부였다. OPS도 겨우 0.568에 머물렀다. 결국 크론을 기다리고 있던 건 '방출'이란 찬바람뿐이었다.
매체는 "단 2년 전만해도 크론이 마이너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서 성적부진으로 방출의 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프지만 않으면 그는 아직도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0+ 홈런을 쳐줄 수 있는 생산적인 타자"라고 평가했다.
크론은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가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다친 등 부상은 괜찮다. 느낌이 매우 좋다"며 "올 해는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부상 부위를 달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부상 부위에 대한 걱정보다 새로운 팀을 찾는 일이 급선무가 됐다.
따듯한 햇빛이 비추는 스프링 시즌에 찬바람을 맞은 이는 크론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베테랑 1루수 루크 보이트(33)도 같은 날 소속팀 뉴욕 메츠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에서 방출됐다.
미국온라인 매체 '트레이드루머스'는 27일 "지난 2월 뉴욕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합류해 빅리그 복귀를 노렸던 보이트가 방출됐다"고 보도했다.
(샌디에이고 시절의 루크 보이트 | 사진=코아스포츠 DB)
매체는 이어 "방출로 인해 또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을 획득한 보이트는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며 "하지만 아직 배트에 힘이 남아 있는 그가 메이저리그 계약은 힘들겠지만 마이너 계약은 여전히 가능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미국 몬테나주 출신인 보트는 지난 2013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2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지명순위가 말해주듯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는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에 진출한 후 뒤늦게 만개한 보이트는 단 4년 만인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기염을 토했다. 빅리그 첫 해에 총 62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46, 4홈런 18타점에 그쳤다.
그러나 빅리그 2년차였던 2018년에는 원소속팀 세인트루이스와 트레이드로 이적한 뉴욕 양키스 두 팀에서 뛰며 타율 0.322, 15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홈런 개수는 단 47경기에서 거둔 성과라 더 주목을 받았다.
2019년부터 뉴욕 양키스의 주전 1루수로 자리잡은 보이트는 그해 118경기에 나와 타율 0.263, 21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1년 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2020시즌에는 단 56경기에서 22홈런을 쏘아 올리는 파워를 과시하며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타이틀도 차지했다.
하지만 2021년 무릎 부상을 당하며 커리어에 제동이 걸렸다. 수술 후 복귀했지만 그를 기다린 건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였다. 2022년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총 82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25, 13홈런 48타점에 그쳤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시즌 중 워싱턴으로 또 한번 이적한 보이트는 전보다 못한 타율 0.228, 9홈런 21타점에 그쳤다.
2023년 밀워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지만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성공하며 '썩어도 준치'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보이트의 방망이는 급속히 식었다. 결국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1, 4타점에 그친 그는 5월 중순 방출을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더 이상 메이저리그 무대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크론과 보이트에 이어 또 다른 베테랑 1루수 트레이 맨시니(32)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올 초 마이애미와 마이너계약을 맺은 맨시니는 스프링캠프 총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7, 1홈런 2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OPS도 0.704로 좋지 않았다. 소속팀으로부터 개막전 로스터 합류가 불발됐다는 통보를 받은 그는 지난 주말 마이애미와의 계약을 무효화하고 다시 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Opt-out)' 권리를 행사하고 자유의 몸이 됐다.
맨시니가 남긴 성적으로 볼 때 그에게 메이저 계약을 안겨줄 팀이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옵트아웃을 행사하면 자칫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소속팀 없이 미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6년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 A팀에서 뛰었던 이학주(34. 롯데)가 그랬다.
당시 이학주는 시즌 중반까지 메이저리그 콜업이 되지 않자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고 FA시장에 나왔다.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아무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고, 결국 이 옵트아웃 행사는 이학주가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유턴하는 계기가 됐다.
크론과 보이트 그리고 맨시니까지 메이저리그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 1루수 3인방. 하지만 이들은 유례없이 추운 '스프링'을 보내고 있다. '베테랑'을 바라보는 빅리그의 시선이 과거와는 현저하게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피닉스 미국 애리조나주 | 이상희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 willbeback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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