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선발투수 크리스 세일 | 사진=애틀랜타 구단 홍보팀 제공)
오랜 시간 부상에 신음했던 좌완 '파이어볼러' 크리스 세일(35. 애틀랜타)이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했다.
세일은 10일(한국시간) 현재 총 7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2.95의 호투를 펼치고 있다. 이 기간 총 42와 2/3이닝을 던져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이닝이터의 능력도 입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볼넷은 단 8개만 허용한 반면 탈삼진은 무려 52개나 솎아냈을 만큼 위력투를 자랑하고 있다. 이닝당 주자허용률을 나타내는 지표인 WHIP도 0.98로 뛰어나다.
세일의 소속팀 애틀랜타는 그의 호투에 힘입어 10일 현재 올 시즌 22승 12패 승률 0.647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 필라델피아와는 단 2경기 차이여서 언제든지 선두탈환이 가능한 근거리에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인 세일은 지난 2010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13번으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지명순위가 말해주듯 그는 아마추어 시절 최고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구단의 기대치가 말해주듯 세일은 지명된 그 해 마이너리그 트리플 A까지 단숨에 경험한 뒤 8월초 빅리그에 콜업되어 데뷔전을 치뤘다. 빅리그 첫 두 해 동안은 불펜투수로 뛴 그는 2012시즌부터 본격적인 선발로 나서 그해 17승 8패 평균자책점 3.07의 호성적을 거뒀다.
이후 세일은 거침이 없었다. 리그 최고의 왼손 '파이어볼러'로 각광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160km 대의 빠른 공 앞에 타자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세일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소속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실력은 출중했지만 클럽하우스 안에서 유니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가위로 잘라버리는 등의 기행도 저질러 불협화음을 만들기도 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2017시즌을 앞두고 세일을 보스턴으로 트레이드했다. 이때만 해도 팬들과 관계자들은 이 트레이드를 이해하지 못했다. 세일이 성격은 모나도 실력만큼은 최고였기 때문이다.
보스턴으로 이적한 세일은 2017년 총 32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시즌 17승 8패 평균자책점 2.90의 호투를 펼쳤다. 한 해 뒤인 2018년에도 12승 4패 평균자책점 2.11의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며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이후 세일은 토미존서저리(팔꿈치접합수술), 갈비뼈 골절, 새끼손가락 골절, 손목 골절, 왼쪽 어깨의 스트레스성 골절 등 다수의 부상을 반복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보스턴에서 등판한 경기는 고작 56경기에 불과할 정도였다.
세일의 다양한 부상에 골머리를 앓던 보스턴은 지난 겨울 그를 애틀랜타로 현금트레이드 시켰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보스턴이 잘한 거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 뚜껑이 열리자 세일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언제 아팠냐는 듯 마운드 위에서 펄펄 날았다. 그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95마일(약 153km)이나 찍힐 만큼 여전히 '파이어볼러' 다웠다.
지난 9일에는 전 소속팀 보스턴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6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탈삼진도 10개나 솎아냈다. 세일은 10일 현재 내셔널리그 다승부문 3위, 평균자책점 부문 14위, 탈삼진 부문 4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지금의 페이스가 시즌 끝까지 계속된다면 한 시즌 커리어하이(17승) 기록도 무난하게 갱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일의 '부활투'로 미소짓는 애틀랜타와 달리 전 소속팀 보스턴의 심정은 꽤나 불편할 것 같다.
[피닉스 미국 애리조나주 | 이상희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 willbeback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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