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 걸려 있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참가국 현수막 | 사진=이상희 기자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기자]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구단은 '13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열리는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C조 미국-멕시코전 티켓이 매진됐다'고 12일 알렸다. 두 팀의 경기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다. 애리조나 구단의 홈 구장인 이곳은 4만 8519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
12일 벌어진 C조 1차전에서 멕시코는 콜롬비아에 4-5로 진 반면, 미국은 영국에 6-2로 승리했다. 그러나 두 팀의 맞대결에선 야구 전력을 넘어 애리조나주에 깔려 있는 미국인과 멕시코인 사이의 미묘한 역사와 인종 갈등 때문에 마치 전운마저 감돌고 있는 분위기다.
애리조나주는 과거 멕시코의 영토였다. 하지만 1854년 '단돈' 1000만 달러(약 132억 3000만원)에 미국에 팔렸다. 미국 정부는 사들인 영토를 1871년 애리조나주와 뉴멕시코주로 나눠 연방정부에 편입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애리조나주는 당초 전체 인구의 94.5%가 백인일 만큼 절대 미국인 지역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함께 갈수록 백인 인구가 감소했다. 미국 인구 센서스 기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애리조나주의 백인 인구는 59.8%까지 줄었다. 반면 멕시코인을 포함한 라티노(중남미인)의 비율은 30.6%까지 늘어났다. 1970년대의 14.5%와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때문에 애리조나주의 모든 공공기관과 학교 등에서는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 언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땅이지만 영어를 못해도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지역에 따라서는 멕시코인지 미국인지 분간하기 힘든 곳도 있을 정도다. 성장한 인구 비율을 발판삼아 시장이나 하원의원 등 정치권에 진출한 라티노 인구도 많다.
애리조나에 사는 멕시코인들과 그들의 후손들은 과거 미국 정부가 자신들의 땅을 매매라는 방법을 이용해 '강탈'했다고 믿는 이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백인과 라티노 사이에 적잖은 감정 싸움이 사회 곳곳에서 충돌을 빚기도 한다.
2013년 제3회 WBC 캐나다-멕시코전에서 발생한 벤치클리어링 모습. 맨 왼쪽에 KBO리그 롯데와 한화에서 뛰었던 카림 가르시아(동그라미)의 모습이 보인다 | 사진=이상희 기자
10년 전인 2013년 3월 10일, 제3회 WBC D조 경기가 체이스 필드에서 열렸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맞붙은 이날 경기는 캐나다가 9-3으로 크게 앞선 9회초 기습번트를 대며 멕시코의 감정을 건드렸다. 야구에서 일반적으로 점수 차가 크게 났을 때는 번트를 대지 않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이후 캐나다의 후속 타자 르네 토소니에게 빈볼을 던졌고, 결국 두 팀은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벤치 클리어링을 벌였다.
더 큰 문제는 그 후에 벌어졌다. 심판들의 만류로 어느 정도 그라운드가 정리될 즈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캐나다 선수들에게 라티노 관중들이 물병과 과일 등을 던지는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몇몇 캐나다 선수들은 이런 관중들과 안전그물을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흥분한 관중들을 향해 '폭력을 계속 행사하면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해도 그들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성난 관중들의 폭력행위는 다수의 경찰들이 출동할 때까지 계속됐다.
당시 미국 언론은 '이날 경기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라티노 관중들의 마음 한 구석엔 백인에 대한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KFF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내 흑인 인구 10명 중 7명이 경찰로부터 인종에 따른 불법적인 검색과 체포 등의 피해를 봤다는 설문조사가 있을 정도로 미국 내 다양한 인종간의 갈등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큰 사회문제로 존재하고 있다. 라티노와 백인 사이도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일부에선 이번 미국-멕시코의 경기가 과열되면 과거 캐나다-멕시코전에서 발생했던 벤치 클리어링이나 관중 폭력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두 팀의 대결에 더욱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13 WBC 캐나다-멕시코전에서 두 팀 선수들이 충돌하는 모습 | 사진=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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