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한국인 투수 유망주 최현일 | 사진=코아스포츠 DB)
"마운드 위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돋보이더라"
지난 2022년 7월이었다. 김경문(66) 한화 감독은 당시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루키팀 초청 인스트럭터(Guest instructor)로 미국에 체류 중이었다. 그 때 김 감독은 MH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다저스 마이너리그 투수 유망주 최현일(24)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최현일의 투구는 동영상으로만 접하다 미국에 와서 실제로 공을 던지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동영상보다 더 좋았다.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불안한 경우와 편한 경우가 있는데 최현일은 후자에 속한다. 구속이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마운드 위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돋보이더라. 타자별로 볼 배합이나 상대하는 방법을 달리하는 등 영리한 투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많이 기대된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최현일은 김 감독의 호평처럼 많이 성장했다. 올 시즌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 A에서 시즌을 출발한 그는 현재 가장 높은 트리플 A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 고비만 더 넘으면 메이저리그다.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초청강사' 시절의 김경문 감독 | 사진=코아스포츠 DB)
최현일은 13일 현재 올 시즌 두 리그에서 총 23경기(선발 20회)에 등판해 5승 10패 평균자책점 4.91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가대표까지 지냈던 고우석(26. 마이애미)이 마이너리그 더블 A에서 조차 평균자책점 11.00으로 부진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하루 전인 12일 "세계야구소프트볼협회(WBSC)에 2024 프리미어12 '팀 코리아' 예비명단 60명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히며 그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최현일의 이름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던 명장 김 감독의 시선을 사로 잡은 투수였는데 말이다.
KBO가 공개한 '팀 코리아' 예비명단을 살펴보면 삼성에서 8명이 뽑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각 7명씩 배출한 두산, LG, KIA가 있었다. 아마추어인 상무에서도 1명(이강준)이 선발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최현일을 비롯 박효준(28. 오클랜드)과 배지환(25. 피츠버그) 등 해외파는 단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야구대표팀 선발과정에서 해외파를 배제하는 건 이제 일종의 전통(?)이 된 분위기다.
과거 추신수(42. SSG)를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았던 김재박(70) 전 대표팀 감독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아직 확실하게 기량이 검증되지 않아 이르다고 판단했다. 국내 선수들 가운데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병역 미필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신수를 제외하는 데 의견은 쉽게 모아졌냐'는 질문에 "대부분 제외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외야수로서는 아직까지 미흡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클리브랜드 시절의 추신수 | 사진=코아스포츠 DB)
이런 경우는 또 있다.
지난 2018년 5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시 선동렬(61) 야구대표팀 감독은 최종명단을 발표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자질이 있는 선수는 다 뽑았다"고 말했다. 당시 최종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던 최지만(33)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4할의 타율과 7할의 장타력을 자랑하며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그해 개막전 명단에도 승선했다. 하지만 끝내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당시 대표팀 선발에 참여했던 이종범(55) 전 LG 코치는 취재진이 '최지만을 뽑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그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021년 6월 당시 김경문 국가대표 감독은 오지환(34. LG) 등이 포함된 2021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2019년 1월 아시안게임 이후 사퇴한 선동렬 감독의 뒤를 이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부임 후 가진 취재진과의 첫 만남에서 "오지환과 박해민(34. LG)은 절대로 대표팀에 뽑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당시 이들은 올림픽 대표팀과 관련해 '병역기피자'라는 팬들의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3년이란 세월이 흐르자 오지환과 박해민을 국가대표로 뽑았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 최종명단을 발표한 자리에서 "과거 오지환과 박해민을 절대 대표팀에 뽑지 않겠다고 했던 발언은 공식 인터뷰가 아니고 사석에서 말한 작은 의견이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당시 도쿄올림픽 예비명단에 포함됐던 박효준(28. 오클랜드)도 끝내 최종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유격수는 물론 외야수비도 가능해 쓰임새가 많았지만 팀 코리아는 '오설사'라는 별명과 함께 논란이 된 오지환은 뽑았지만 박효준은 외면했다. 결국 도코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에 그친 한국대표팀은 명문도 실리도 모두 잃고 말았다.
대표팀 선발과정이 원리원칙 하에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야구에서 단 한 번도 이를 투명하게 실천한 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해외파는 과거 추신수, 최지만부터 박효준, 최현일까지 늘 매몰찰 정도로 외면당했다.
[피닉스 미국 애리조나주 | 이상희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 willbeback2@네이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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