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한국계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이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이상희 기자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의 한국계 투수 라일리 오브라이언(28)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천영'이란 한국 이름도 갖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쌍둥이 메이저리거이기도 하다. 더욱이 둘 모두 요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처럼 투수와 타자를 겸한 '이도류'로 활약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시애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오브라이언은 "할아버지와 작은 할아버지는 오타니보다 수십 년이나 앞서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를 병행했다"고 말했다.
그의 친할아버지 조니 오브라이언(93)과 작은 할아버지 에디 오브라이언(2014년 작고)은 1953년부터 1958년까지 피츠버그 소속일 때 메이저리그 최초로 쌍둥이 형제가 같은 팀으로, 그리고 같은 경기에 출전한 기록을 갖고 있다.
투수와 중앙 내야수(2루수, 유격수)로 활약했던 두 형제의 성적은 형 조니가 조금 더 좋다. 그는 타자로 메이저리그 통산 339경기 타율 0.250, 4홈런 59타점을 기록했고, 투수로는 25경기 61이닝을 던져 1승 3패 평균자책점 5.61을 올렸다.
동생 에디는 타자로 빅리그 통산 231경기 타율 0.236, 25타점, 투수로는 5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31의 성적을 남겼다.
두 형제는 야구 외에 농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형 조니는 1953년 시애틀 대학에 재학 중일 때 미국대학스포츠(NCAA) 농구 최초로 한 시즌에 1000포인트를 기록했을 만큼 뛰어난 포인트 가드였다. 그는 175cm의 단신이었지만 미국대학농구 대표팀에 발탁될 만큼 재능이 뛰어났다.
같은 대학에서 농구를 한 두 형제는 1953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에서 나란히 밀워키의 지명을 받았지만 농구 대신 메이저리그를 선택했다. 형 조니는 피츠버그를 거쳐 세인트루이스(1958년)-밀워키(1959년)를 끝으로 은퇴했다. 동생 에디는 피츠버그에서만 선수로 뛰었고 1958년 시즌 뒤 유니폼을 벗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투구하는 오브라이언 | 사진=시애틀 구단 홍보팀 제공
오브라이언은 "돌아가신 작은 할아버지는 물론 살아 계신 할아버지 모두 누구보다 더 야구를 사랑하신 분이고,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로 뛸 만큼 재능이 뛰어났다"며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나도 야구를 시작하게 됐고, 메이저리그에 데뷔도 했다. 할아버지를 정말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즌 중에는 집을 떠나 생활하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뵐 수는 없지만 전화는 자주 드린다"며 "이따금 야구와 관련된 조언을 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걸어온 삶의 이야기를 통해 책에서 얻을 수 없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게 더 좋다"며 미소 지었다.
오브라이언에게 '그럼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야구 선수는 할아버지였는가'라고 묻자 그는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은퇴해 그의 활약상을 볼 수 없었다"며 "어렸을 때 시애틀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자연히 시애틀의 경기를 보면서 성장했다. 제일 좋아했던 선수는 스즈키 이치로"라고 답했다.
미국 워싱턴주 출신의 우완 정통파 투수 오브라이언은 아이다호 대학 시절인 201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전체 229번)에서 탬파베이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신시내티로 이적한 뒤 2021년 9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오브라이언은 지명 순위에 비해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주로 트리플 A에서 뛰며 빅리그 통산 2경기(2021, 2022년 각 1경기)에 등판해 2⅓이닝 투구에 1패, 평균자책점 7.71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시애틀로 이적한 뒤 시즌이 끝나고는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서도 밀려났다.
현재는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캠프에 참가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범경기에는 8경기에 등판, 7⅓이닝 3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오브라이언은 "스프링캠프에서 내가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지며 제구력을 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복귀하거나 하는 등의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 공을 잘 던질 수만 있다면 좋은 성적과 이에 상응하는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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