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환이 지난 달 19일(한국시간) 콜로라도전 8회 삼진을 당한 뒤 배트를 내려치고 있다(원 안). /사진=MLB.com 영상 캡처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기자]
배지환(24·피츠버그)은 지난달 19일(한국시간) 콜로라도와 원정 경기에 7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날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배지환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자신의 배트를 그라운드에 힘껏 내리친 뒤 헬멧을 패대기치며 분을 삭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지난 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한 피츠버그 전담기자는 "배지환이 경기 중 자신의 화를 분출하는 것과 관련해 최근 코칭스태프와 미팅을 가졌다고 들었다"며 "아마도 배지환이 필드에서 격하게 화를 내는 모습은 당분간 쉽게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지환의 이런 장면은 이날 경기가 처음이 아니었다. PNC 파크 내 기자실은 홈플레이트 뒤쪽 맨 위층에 위치해 있다. 특이한 점은 홈플레이트에서 1루쪽 방향으로 기자실이 가로로 길게 펼쳐져 있다. 그래서 기자실에서 3루쪽에 있는 피츠버그 더그아웃이 잘 보인다.
배지환은 콜로라도와 원정 경기 이전에도 타석에서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 배팅장갑을 집어 던지는 등의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이따금 경기를 뒤집거나 승리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부진해 화를 내는 모습은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Enthusiasm)'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주 반복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태도(Attitude)'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피츠버그 전담기자도 이 점을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자제한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며 "배지환처럼 파이팅 넘치는 루키들이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일(한국시간) 신시내티전에서 9회 삼진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배지환. /AFPBBNews=뉴스1
이는 데릭 쉘튼(53) 피츠버그 감독이 중요시하는 팀 기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담기자에 따르면 쉘튼 감독은 올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존중(Respect)'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기에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간은 물론 선수와 선수 사이의 관계도 해당된다. 루키는 베테랑 선수를 존중하고, 베테랑은 루키 선수들을 보살피는 것도 포함된다.
존중의 일환으로 쉘튼 감독은 선수들에게 코칭스태프와 장시간 대화를 나눌 때는 선글라스를 벗고 서로 눈을 마주치는 '아이 콘택트(Eye contact)'를 주문했다고 한다.
쉘튼 감독은 또 베테랑의 위치를 존중하면서도 필드에서 훈련할 때는 모든 선수들이 동등하다는 기준 하에 지각이나 예외 등의 특혜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수비 훈련을 할 때 야구화를 신지 않고 일반 운동화를 신는 경우가 있다.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츠버그에선 모든 선수들이 수비 훈련을 할 때도 야구화를 신어야 한다.
이러한 쉘튼 감독의 방침에 배지환의 경기 중 과격한 모습은 다소 어긋나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 때문에 피츠버그 코칭스태프는 배지환과 미팅을 통해 지적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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