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선발투수 크리스 세일 | 사진=애틀랜타 구단 홍보팀 제공)
이 정도면 과거 '미운 오리 새끼'였다가 '백조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올 시즌 애틀랜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한 왼손 파이어볼러 크리스 세일(35)이 구단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달성했다.
미국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5일(한국시간) "크리스 세일이 애틀랜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왼손투수가 한 시즌 200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투수가 됐다"고 보도했다.
세일은 지난 4일 콜로라도를 상대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세일은 총 7이닝을 던지는 동안 6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쳐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16승(3패) 째.
볼넷은 단 1개도 내주지 않았을 만큼 제구가 좋았고, 타자들의 타이밍을 뺐는 볼배합도 돋보였다. 덕분에 탈삼진을 무려 9개나 솎아냈다. 이날 경기에서 3번째 잡은 탈삼진이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달성한 올 시즌 200번째 기록이었다.
이날 승리로 세일은 올 시즌 총 26번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16승 3패 평균자책점 2.46의 빼어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볼넷은 단 34개만 허용했을 만큼 시즌 내 칼 제구를 선보이고 있다. 반면 탈삼진은 무려 206개나 솎아냈다. 덕분에 이닝당 주자허용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WHIP도 단 1.015에 그치고 있다.
세일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가진 포스트게임 인터뷰에서 "현재 서있는 내 위치에 매우 만족한다"며 "야구를 즐기면서 하고 있고,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 잘해야 해야 하는 적당한 시기에 잘하고 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도록 전진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애틀랜타는 5일 현재 올 시즌 76승 63패 승률 0.547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위 필라델피아에 7경기 차이로 뒤처저 있어 지구우승을 통한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레이스에선 '애리조나-샌디에이고'와 함께 선두 3위권을 형성하고 있어 가능해 보인다.
스닛커 애틀랜타 감독도 세일의 호투에 한 마디 거들었다. 그는 "세일이 올 시즌 우리팀을 위해서 많은 일을 했고, 그것은 정말 특별한 것"이라며 "만약 당신이 세일과 함께 매일 시간을 보내며 그가 우리팀을 위해 어떤 경쟁을 펼쳤는지 그의 활약상을 지켜봤다면 알 것이다. 이것은 '사이영 상'을 타야만 하는 시즌일 만큼 대단하다"고 세일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인 세일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지난 201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그곳에서 자신의 전성기를 보냈다. 특히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시즌 연속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시즌 17승 기록도 3번이나 달성했다.
(보스턴 시절의 세일 | 사진=보스턴 구단 홍보팀 제공)
하지만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던 7년 동안 사이영상 후보로 계속 거론됐지만 번번히 미역국을 마셔야만 했다. 지난 2017년 시즌 17승 8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한 뒤 사이영 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른 것이 최고 기록이었다.
곧 손에 잡힐 것 같았던 사이영 상은 세일이 2018년 보스턴으로 이적하면서 더 멀어졌다. 크고 작은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점점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상 여파로 2020년에는 단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출전한 경기수가 고작 31경기였을 정도다.
보스턴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세일의 활용도가 다 됐다는 판단 하에 그와의 7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으며 방출했다. 하지만 '미운 오리 새끼'인 줄 알았던 그가 올 시즌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고 화려한 '백조'가 됐다.
세일의 활약을 바라보는 보스턴의 속내가 어떨지 궁금하다.
[피닉스 미국 애리조나주 | 이상희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 willbeback2@네이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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