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내야수 토미 에드먼(한국명 '현수') | 사진=세인트루이스 구단 홍보팀 제공
[세인트피터스버그(미국 플로리다주)=이상희 기자]
김현수(34·LG)는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두 시즌을 뛴 뒤 2018년 한국프로야구(KBO)로 복귀했다. 그런데 현재 메이저리그에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진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세인트루이스 2루수와 유격수로 뛰는 스위치 히터 토미 에드먼(27)이다.
에드먼은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클럽하우스에서 기자와 만나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어머니가 나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내 중간 이름을 한국 이름인 현수(Thomas Hyunsu Edman)로 지어줬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드먼은 샌디에이고로 이주해 성장했다. 고교 졸업 후 프로 대신 야구 명문 스탠포드(Stanford) 대학에 진학한 그는 3학년 때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54경기에 출전한 에드먼은 팀 내 타점(24개), 득점(35개), 안타(61개), 3루타(4개), 도루(8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팀의 주전 유격수로 수비 부담이 컸지만 타율(0.286)도 나쁘지 않았다. 그 결과 에드먼은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전체 196번)서 현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MLB 홈페이지 에드먼 프로필. 가운데 이름에 '현수(Hyunsu)'가 적혀 있다 | 사진=MLB.com 캡처
6라운드 지명자 중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한 마디로 반신반의하며 뽑는 라운드다. 당시 그가 받은 계약금 23만 6400달러(약 2억 9727만 원) 또한 이런 분위기를 증명해 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마이너리그 첫 해 싱글 A에서 뛴 에드먼은 타율 0.286, 4홈런 33타점의 성적표를 받았다. 출루율(0.400)과 장타율(0.427)을 합한 OPS도 준수함의 기준이 되는 8할(0.827)을 넘겼다.
이후 매년 마이너리그 상위리그로 승격하며 자신의 가치를 실력으로 입증한 에드먼은 2019년 마이너리그 최상위 리그인 트리플 A에서 49경기를 뛰며 타율 0.305, 7홈런, 29타점, OPS 0.869를 기록한 뒤 그 해 6월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마이너리그 유망주라도 막상 빅리그에 데뷔하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에드먼은 달랐다. 그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92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304, 11홈런 36타점 15도루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OPS(0.850) 또한 훌륭했다.
에드먼은 코로나19 때문에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엔 잠시 부진(55경기 타율 0.250, 5홈런 26타점)했지만 지난해에는 팀의 162경기 중 159경기에 나서 타율 0.262, 11홈런 56타점 30도루를 기록했다. 자신의 장기인 수비력도 인정받아 메이저리그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2루수)도 수상했다.
올해도 세인트루이스의 내야 중앙(2루·유격수)을 책임지며 팀의 리드오프로 활약 중인 그는 9일 현재 팀의 57경기 중 56경기에 출전, 타율 0.279, 5홈런 23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도루는 같은 팀의 해리슨 베이더와 함께 내셔널리그(NL)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에드먼의 수비 모습 | 사진=세인트루이스 홍보팀 제공
다음은 에드먼과 일문일답.
- 시즌 초이긴 하지만 올해도 성적이 좋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 우선 가장 중요한 건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섰지만 월드시리즈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팀이 잘해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것은 물론 최종 라운드인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해 승자가 되고 싶다. (세인트루이스는 9일 현재 32승 25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밀워키에 0.5경기 뒤진 2위에 올라 있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타율이나 타점 등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팀에 보탬이 되고, 그러면서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도 올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 (웃으며) 꾸준한 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그리고 매 타석 집중하고 있다.
- 6라운드에 지명됐지만 메이저리그 데뷔도 빨랐고 성적도 좋았다. 비결이 있다면.
▶ 앞서 이야기했듯 항상 꾸준한 선수가 되려고 노력했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특히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타석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때와 그러지 못했을 때의 타격 자세와 기술 등을 코치들과 함께 분석하고 연구했다. 또한 거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발전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사용하며 많은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는데 아직까지는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 지난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나.
▶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만도 행복한데 골드글러브를 받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상은 나만 잘했다고 받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중앙 내야수로 수비할 때 다른 동료들과 협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세인트루이스는 수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만큼 수비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동료들과 코치진의 덕이 컸다.
- 어렸을 때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이 누구였는지 궁금하다.
▶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샌디에이고 구단을 가장 좋아했다. 좋아했던 선수는 두 명 있었는데 아주 어렸을 때는 샌디에이고의 전설적인 타자 토니 그윈(1960~2014)을 제일 좋아했다. 그윈은 내 기억에 한때 4할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을 만큼 정말이지 타격의 달인이었다. 당시 그의 유니폼 등번호가 19번이었는데 나 또한 그 영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19번을 달고 있다. 또한 샌디에이고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트레버 호프먼(55)도 무척 좋아했다. 다른 팀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였던 알버트 푸홀스(42·세인트루이스)도 좋아했고, 그의 경기도 빼놓지 않고 보려고 했다.
- 그런 푸홀스가 지금 저 옆에 있다. 팀 동료가 됐다.
▶ (웃으며) 그러게 말이다. 정말 끝내주지 않나? 인생도 그렇지만 야구도 정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 내가 좋아했던 롤모델과 한 팀에서 동료로 뛸 수 있다니 말이다. 하하.
알버트 푸홀스(왼쪽)와 에드먼 | 사진=세인트루이스 홍보팀 제공
-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본인도 그런 편인지.
▶ 징크스는 안 만드는 게 제일 좋은데 오래 야구를 하다 보면 누구든지 한두 개 정도 자기만의 징크스는 생기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많지는 않은데 신발 끈을 꼭 두 번 묶는 징크스가 있다. 경기 전에 한 번, 그리고 경기 중간에 또 한 번 신발끈을 조여맨다. 다른 뜻은 없고 신발 끈을 매면서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자,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다잡는 행위이다.
- 내년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열린다. 한국 대표팀의 부름이 있다면 참가할 것인가(WBC는 부모 또는 조부모 혈통의 국가 대표로도 참가할 수 있다).
▶ 참가 여부에 대해선 지금 당장 '네, 아니오'로 답할 만큼 확실하지 않다. 우선 한국 대표팀으로부터 공식적인 참가 요청 등의 이야기를 전해듣지 못했다. 아울러 참가와 관련해 소속팀과 상의도 해야 한다. 때문에 지금은 답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 참가하게 된다면 미주 한인 사회는 물론 한국 팬들에게도 의미가 클 것 같다.
▶ 물론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을 대표해 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근사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곳 미국 내 한인 사회는 물론이고 한국 팬들과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 내 어머니도 무척 좋아하시고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나를 매우 자랑스러워 하실 것 같다.
- 어머니는 자주 보는지 궁금하다.
▶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직도 샌디에이고에 거주하신다. 그래서 시즌 전이나 후에는 아내와 함께 부모님을 찾아가 뵙고, 시즌 중에는 부모님이 내가 살고 있는 세인트루이스로 와서 만난다. 가급적이면 서로 자주 만나려고 한다.
- 어머니가 한국 음식도 잘 만들어 주나.
▶ 물론이다. 게다가 어머니의 한국 음식 솜씨가 정말 좋다. 잘하는 한국 음식은 갈비, 불고기, 잡채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도 정말 잘 만드신다. 갑자기 한국 음식 이야기를 하니까 먹고 싶다. 하하.
-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미국 내 한인 팬들은 물론, 멀리 한국에서도 팬들이 SNS 등을 통해 응원해주는데 정말 고맙다. 모든 분들에게 일일이 답장은 못해주지만 그분들의 응원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며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수가 되기 위해서라도 항상 필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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