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외야수 브렛 필립스 | 사진=탬파베이 홍보팀 제공
‘기쁨이 가득하고, 에너지가 충만한(A full of joy and full of energy player) 선수’
최지만(31. 템파베이)의 팀동료인 외야수 브렛 필립스(28)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필립스는 2017~18년 두 시즌 동안 한국프로야구 SK(현 SSG)의 지휘봉을 잡았던 트레이 힐만(59) 전 감독의 사위이기도 하다.
필립스는 2017년 밀워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이후 캔자스시티를 거쳐 템파베이에 이르기 까지 빅리그 통산타율이 0.203일만큼 야구를 잘하지 못했다.
2020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당시 LA 다저스 마무리 투수였던 켄리 젠슨(35. 애틀랜타)을 상대로 터트린 끝내기 안타마저 없었다면 그를 기억하는 팬들은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필립스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필드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기자와 인터뷰에서 “월드시리즈 4차전 끝내기 안타가 내가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필립스는 지난 겨울 처음 얻은 연봉조정자격을 통해 구단과 큰 이견 없이 140만불(약 17억 1920만원)에 2022시즌 연봉계약을 맺었다. 당초 미국현지 언론은 그의 연봉으로 120만불(약 14억 7360만원) 정도를 예상했다. 야구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팀에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은 셈이다.
템파베이 클럽하우스에서 필립스의 옆자리 라커를 쓰는 최지만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필립스는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하지만 빠른 발을 이용한 대주자 또는 대수비로 경기에 투입돼 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최지만은 이어 “필립스는 동료들이 홈런을 치거나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올리면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준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현역선수가 필립스처럼 가식 없이 동료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탬파베이 홈구장 내에 걸려 있는 브렛 필립스 사진 | 사진=이상희 기자
필립스의 따듯한 마음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있다. 그가 유니폼 등번호 35번을 고수하는 이유기도 하다.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인 필립스는 리틀야구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함께 운동한 친구(네이트 리차드)가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09년 4월 교통사고로 이 친구를 잃었다. 필립스는 당시 그 친구를 멀리 떠나 보내며 ‘널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 훗날 내가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면 반드시 너의 등번호(35)를 달고 필드를 누비겠다’고 다짐했다.
필립스는 “프로에 진출한 뒤 2017년 밀워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당시 35번은 다른 동료가 이미 달고 있었다.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 됐을 때도 그 번호는 이미 임자가 따로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내가 템파베이에 합류한 뒤 35번을 사용하던 동료가 트레이드 되면서 내가 그 번호를 달 수 있게 됐다”며 “3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죽은 친구의 어머니를 찾아가 안아 드렸다. 여분의 유니폼도 준비해서 선물로 드렸다. 내 꿈을 이룬 것 보다 그 친구와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이 떠올라 친구 어머니와 함께 말없이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등번호 35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가능한 오랜 시간 야구를 하고 싶다. 그건 내 욕심이 아니라 먼저 떠난 친구의 몫까지 뛰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 친구를 위해 오늘 안타를 치는 건 어떠냐’는 기자의 제안에 흔쾌히 “그러겠다”고 약속한 필립스는 이날 볼티모어와 홈경기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올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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