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 신예 1루수 벤 라이스 | 사진=뉴욕 양키그 구단 홍보팀 제공)
벤 라이스(25. 뉴욕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2라운드에서 겨우 지명을 받았다. 입단 계약금도 12만 500달러(약 1억 7281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무명선수가 한 경기에서 홈런을 3방이나 터트리며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의 역대 최고 신인타자 반열에 올랐다. 양키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긁어본 복권이 대박을 터트린 것과 다름 없는 결과다.
라이스는 지난 7일(한국시간) 지구 라이벌 보스턴을 상대로 미국 뉴욕주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홈경기에 1루수, 1번 타자로 선발출전해 5타수 3안타 7타점 3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3안타 모두 홈런이었다.
'명문' 뉴욕 양키스 구단 역대 신인가운데 한 경기에서 홈런 3방을 터트린 건 라이스가 처음일만큼 대단한 기록이었다. 그가 이날 경기에서 달성한 7타점 또한 루 게릭(작고)과 함께 뉴욕 양키스 역대 신인 한 경기 최다타점 동률 기록이었다.
지난달 19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라이스는 8일 현재 올 시즌 총 17경기에 나와 타율 0.294, 4홈런 12타점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는 무려 0.971을 기록 중이다.
라이스는 올 시즌 뉴욕 양키스의 시즌 구상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의 포지션이 1루수이기 때문이다. 양키스 1루에는 대체불가 자원으로 분류되는 베테랑 앤서니 리조(35)가 버티고 있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14년 차인 리조는 빅리그 통산 303홈런을 기록할 만큼 리그 최정상급 '거포' 1루수로 통한다. 수비도 잘해 골드글러브를 4회나 수상했을 정도다.
하지만 리조가 지난달 중순 손목을 접지르는 부상을 당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당초 양키스는 26인 로스터 가운데 1루 경험이 많은 3루수 DJ 르메이휴(36)를 1루로 돌려 쓰는 방안을 검토했다. 동시에 외부수혈도 고려했다.
그러나 당시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는 등 팀 분위기나 성적 모두 좋자 외부수혈보다는 내부에서 젊은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수혜자가 바로 라이스였다.
매사추세츠주 출신인 라이스는 추운 지역환경 때문에 야구를 접하기 전까진 아이스하키를 하며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야구의 매력에 빠진 그는 주변 친구들 모두 자연스럽게 연고지 때문에 보스턴 팬이 될 때 홀로 '뉴욕 양키스'를 외치며 '캡틴' 데릭 지터의 광팬으로 성장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철저한 무명이었던 라이스는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에서 눈길조차 받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는 1년 뒤인 2021년이 되어서야 프로에 진출했다. 당시 그는 최하위 라운드로 분류되는 12라운드에서 겨우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도 고작 12만 500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력은 계약금과 비례하지 않았다. 라이스는 프로 첫해였던 2021년 총 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7, 3홈런 13타점으로 부진했다. 일종의 프로 적응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한 해 뒤인 2022년 싱글 A에서 타율 0.267, 9홈런 36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마이너리그 싱글 A부터 더블 A까지 거치며 타율 0.324, 20홈런 68타점이라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OPS는 무려 1.049나 됐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 더블 A에서 출발한 라이스는 지난달 초 트리플 A로 승격했다. 올해 마이너 성적은 총 6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 15홈런 36타점 OPS 0.925로 좋았다.
하지만 선배 1루수 리조의 부상이 없었다면 라이스는 계속 마이너에 머물러야 할 운명이었다. 베테랑 선배의 갑작스런 부상 때문에 탄생하게 된 신인 라이스의 빅리그 데뷔와 한 경기 홈런 3방. 당시 라이스의 3홈런 경기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선배 리조는 물개 박수를 치며 후배의 선전을 축하해줘 보는 이들조차 훈훈하게 했다.
리조는 지난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양키스와 2년 계약을 맺었다. 올해가 그 계약의 마지막 해이다. 시즌이 끝나면 이들의 동행은 마침표를 찍을 게 확실해 보인다. 지난해 타율 0.244, 12홈런 41타점으로 부진했던 리조는 올해도 부상 전까지 타율 0.223, 8홈런 28타점으로 2년 연속 부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계약 마지막 해에 당한 부상으로 신인스타 라이스의 탄생을 가능하게 해줬다. 라이스가 앞으로 계속 잘할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리조가 양키스에 준 큰 선물인 셈이다. 모범적인 인수인계이기도 하다.
[피닉스 미국 애리조나주 | 이상희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 willbeback2@네이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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